비오는 날 9

마음이 소화가 안되는 날

하루 종일 가을이 깊어가는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는 날엔 어김없이 마음이 소화가 안되어 명치에 걸려 무심히 툭 건드려지기만 해도 감정이 열린다. 이런 날엔 뭘해도 드라마가 되고 영화가 되어 그저 다 의미있고 아름답다. 커피맛과 향이 깊어져 커피 마시기 좋은 날 라이브 노래 한소절로도 떨림이 있어 좋은 날 바라보는 풍경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날 이 좋은 날 편안한 사람들과 같은 감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웃을 수 있어 참 좋은 날 그날이 비오는 날이다 참 좋은 비오는 날.

엄이투령

누군가의 '엄이투령'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상처이다. 며칠 째 비가 내리고 있다. 그토록 바라던 비가 바랄 때는 안오더니 이제는 좀 쉬었다 와도 좋으련만 아랑곳 없이 바람까지 동반하여 내린다. 그래도 빗방울이 맺혀있는 초록빛에서 나오는 초록향이 참 좋다. 사람에게서도 사람향이 나야하는데 간혹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초록향이 아닌 맡고 싶지 않은 향이 날지도 모르지만 혹시나 내게 왜곡으로 기억된 기억의 오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살아오면서 참행복은 내가 주체가 되어 살았을 때다. 다른 사람의 삶과 내 삶을 동일시 하며 그 행복이 가장 행복한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며 후회까지 덧붙여져 오늘처럼 비오는 날엔 씁쓸하고 괘씸하다. 사람...'마음을 다해 잘 해줄 필요가 ..

지금 마시는 커피처럼

다시 또 가을장마가 시작되었나보다. 커피를 마시며 베란다 너머 바라보는 풍경이 도시적이다. 비를 바라보는 장소에 따라 마음으로 파고드는 여운이 이리 다를 수가. 비에 젖어 색까지 진해진 아파트 건물 사이사이 초록빛 싱그러움에 눈길이 멈추며 추억은 이미 유년으로 돌아가 기억을 더듬는다. 더없이 그립고 그리운 그 시절 더없이 순수하고 착했던 동심의 친구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보고 있노라니 그 순수했던 친구들 모습, 내 모습이 못내 그립고 못내 아쉽다. 엊그제 도곡동 타워팰리스3차에 사는 친구가 코로나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 보고프다며 좋은 와인 있으니 자기 집에서 뭉치자 해서 어제 고향 친구 넷이 1년여 만에 만나서 어릴 적 이야기에 요즘 이야기까지 더해 서너 시간 이야기 하며 마시다 보니 와인이라지만 넷..

선셋크루즈에서 청평호를 한 눈에 넣다

우정 고마운 일 있어도 그것은 고맙다는 말 쉽제 하지 않는 마음이란다 미안한 일 있어도 그것은 미안하다는 말 쉽게 하지 못하는 마음이란다 사랑하는 마음 있어도 그것은 사랑한다는 말 쉽게 하지 않는 마음이란다 네가 오늘 나한테 그런 것처럼 -나태주 강물은 언제 보아도 설렌다. 출렁이는 강물은 더 설렌다. 은빛 갈치 비늘처럼 빛나는 강물은 더더 설렌다 그러한데 빗방울이 떨어져 수많은 동심원을 그리며 잔잔하게 흘러가는 강물의 설렘은 살아온 날, 살아갈 날을 다 투영하는 설렘이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던 날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휘휘 저으면 강물이 손바닥을 간저럽힐듯 강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의 선셋크루즈 카페에 다녀왔다. 마치 90년 대쯤에 시간을 멈춰 놓은 듯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트렌드로 변..

그날의 포효를 기억이나 할까

말은 그 사람의 마음을 담는다고 하지만 내 말에 내 마음이 담긴 것을 나도 잘 모를 때가 많은데 다른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담아졌는지 서로가 어찌 다 알 수 있으랴. 상대의 마음까지 들여다보려 하지 않고 그냥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딱 그만큼의 거리를 둔 관계도 때론 참 필요하고 좋은 거 같다. 지난 시간을 들쑤셔 내서 빈정대고 서운해 하고 어이없어 하고 화가 나서 발끈하고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해도 그또한 돌아가고픈 아쉬움이 아닐까 싶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에 마을의 작은 냇물도 포효하 듯 물거품을 일으키며 둑을 무너뜨릴 기세로 흘러갔지만 아마 오늘은 잔잔함과 평온함으로 그날의 포효를 기억이나 할까 싶다. 삶이 그러하듯이 냇물 또한 그러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