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3

이모&언니와 봄꽃 여행1(서산 유기방 가옥 수선화)

수선화, 그 환한 자리 고재종거기 뜨락 전체가 문득네 서늘한 긴장 위에 놓인다아직 맵찬 바람이 하르르 멎고거기 시간이 잠깐 정지한다저토록 파리한 줄기 사이로저토록 환한 꽃을 밀어올리다니!거기 문득 네가 오롯함으로세상 하나가 엄정해지는 시간네 서늘한 기운을 느낀 죄로나는 조금만 더 높아야겠다.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에여행하기 딱 좋은 장소로여행하기 딱 좋은 사람들과 봄꽃 여행의 시작은 서산 '유기방 가옥'으로~~입구에서 부터 펼쳐진 노랑색의 향연은절로 탄성을 자아내는 풍경이었다.많이 졌을까봐 걱정을 했는데올해는 꽃들이 3~5일 정도 늦게 피어 최고의 절정이었다.두어시간을 수선화에 홀린듯 취해 걷다보니 노란구름 위를 걷는듯 절로 마음이 두둥실~~이모 자매는 분홍..

당신의 삶이 고스란히 뇌리에 각인되다

부모님이 사시던 고향집은 우리 사남매가 세컨하우스로 사용하기로 하고 시간이 될 때마다 내려가 텃밭 농사도 짓고, 집주변 잡초도 뽑고, 청소도 하고, 장독대에 장도 담가 놓기로 했다.지난주에 농사지을 텃밭만 남겨두고 나머지 밭에는 풀이 자라지 않도록 동네분께 맡기러 사남매가 내려가 이런저런 의논도 하고 집도 일부 정리했다.아버지의 옷장과 서랍을 정리해 입을 만한 옷은 의류수거함에 넣고 겨울옷 일부는 태우고, 서랍에 있던 아버지 일생의 흔적들도 태우면서 가슴이 먹먹해 사남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간단한 일상과 애경사 및 수입,지출이 적혀있는 노트가 20권이 넘었다. 자식이 왔다간 날, 용돈을 얼마 드렸는지, 무엇을 사드렸는지. 어디를 갔다왔는지 등등 꼼꼼하게 기록해 둔 노트내용을 읽으며 유산처럼 남겨놓을까..

엄마의 꽃밭

팝콘이 터지듯 봄꽃이 지천으로 피어난다. 엊그제 친구들과 개나리길을 걷다가 문득 서너 해 전 벚꽃길로 입소문 나서 전국에서 꽃구경 오는 당진천 벚꽃길을 부모님을 모시고 가서 구경한 적이 생각났다. 장관을 이룬 꽃길을 걸으며 엄마가 하신 말씀이 해마다 꽃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봄이 되면 명치에 뭔가가 얹혀 있는 듯이 먹먹하다. "내년에도 이렇게 이쁜 꽃을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것다 너는 볼 수 있을 때 실컷 구경 다녀라" 그리곤 코로나와 걷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서너 해 거른 당진천 벚꽃길을 오전 수업 마치고 고향에 내려가 오후에는 꽃비를 맞으며 걸어보려 한다. 부모님의 걸음걸이 보폭에 맞춰 쉬엄쉬엄 걷다 보면 예전에는 보지 못한 풍경도 눈에 들어올테고 무엇보다 꽃보다 아름다운 촌노의 모습에 더 탄성을 자아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