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붉게 물들어 가는 서쪽하늘을 바라보며 우린 많은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나누었다. 그동안 꺼내 보였던 감정들을 다시 펼치며 새삼스러워 피식 웃기도 하고 쑥쓰러워 귓볼이 빨개지기도 하고 유치해서 괜한 말도 섞어가며 시간이라는 세월 앞에는 그 누구도 이겨낼 수 없음을 서로 환한 웃음으로 인정하고야 말았다 가장 승자는 흘러가는 시간임에 두 손 들어 항복~~ 나만 주름살이 늘고 나만 옆구리살이 붙고 나만 둥그런 배가 아니라는 게 왜그리 눈물나도록 고맙고 위로가 되던지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방부제 동안도 세월에게 진다는 게 내겐 묘한 쾌감까지 안겼다 우리는 각자의 나이에 걸맞게 나이들고 있었다 몸도 마음도 생각도 쓸쓸함도...... 그런데도 이상하게 편안했다 11월도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