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쉼14- 먹먹한 벅참이었다

소솜* 2020. 8. 15. 14:55

쉼14

부모님 드실거라 좀 비싸더라도

명품한우를 LA갈비로 잘라서 12시간 핏물 제거 중

 

핏물이 깔끔하게 제거된 갈비

 

핏물이 제거되는 동안 만든 양념

(참기름, 다진마늘, 다진생강, 다진파, 후추

진간장, 설탕, 꿀, 청하, 깨소금, 통참깨'

파인애플과 배, 양파 갈은 거, 생수)

 

갈비 한 개에 양념 올리고 반복해서 재다보니

LA갈비 열 근이 세 통으로 끝~~

 

살이 부드러워 아버지가 좋아하는 병어조림

감자를 깔고  쇠고기 보다 비싼

통통한 병어 두 마리 손질해서 얹고

 

그 위에 양파, 청양고추, 대파 굵게 썰어 얹은 후

 

앙념장 만들어 골고루 발라 준 다음

(고춧가루, 고추장, 참기름 약간,

마늘, 생강, 청하, 진간장, 꿀, 후춧가루)

 

생수를 병어가 잠길 정도로 붓고

센 불에 5분 정도 양념을 끼얹으며 졸이다가

 

약한 불에 30분 정도 더 졸이면

양념이 병어와 감자에 스며들고

국물로 딱 정당한 정도로 남는다.

 

오징어채 물에 10분 정도 담갔다가 건진 후

양념이 보글보글 끓으면 오징어채 넣고

5분 정도 중불에서 볶아주다 잣 추가하면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오징어채 볶음 완성

(올리브유, 진간장, 꿀, 매실청, 깨소금, 후추

다진마늘, 청하(비린내 제거), 마요네즈)

 

단지내 정육점에 생고기 들어오는 날이라길래

엄마가 육회를 좋아하셔서 모처럼 육회까지

신선도 떨어질까봐 랩으로 잘 포장해서

얼음팩 채워 아이스상자로 고향으로 출발 

 

금요일이라 차가 막히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일찍 출발한 덕분에 1시간 10분 만에 도착

모처럼 해가 났다고 밭에서 일하시고 계시던

부모님께서 허리를 펴시며 반가워하시는데

눈물이 왈칵 솟으며 그저 죄송스러웠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맺히는데

콩밭을 매시는 부모님이야 오죽하시랴.

허리를 꾸부리시고 밭에서 나오시는 부모님께

"제발 농사일 그만하고 편하게 쉬라니까

자식들 속상하게 하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왜그리 농사일을 그만두지 못하는데"하고

큰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쉬엄슁엄 하니까 심(힘)들지 안여

논도 다 도지 줬고, 밭도 아랫밭은 안혀

집 앞에 있는 밭에 니들 먹을 것들 심는디

심들긴 뭐가 심들다냐 니들 줄 생각혀면

재미가 나고 좋다야"하신다.

내려간다 하면 밥상 차려 놓으실 것 같아

으례히 음식점에 가서 먹곤 했는데

어제는 나가서 맛있는 거 먹는다고

미리 반찬 장만하시지 못하게 하곤

집에서 준비해간 갈비, 육회, 오징어채 볶음,

미역국, 병어조림에

엄마가 담궈놓은 오이소박이

텃밭에 있는 가지, 호박 따다가 무침까지.

한 상 가득 차려드렸더니

두분이 한그릇씩 맛있게 드시면서

음식 준비해 오느라 돈 많이 쓰고

고생 많았을 거라고 몇 번을 말씀하시는데

또 눈물이 왈칵~~

가져간 반찬에 서너가지 나물 만들어

냉장실, 냉동실 채워 놓으니

내 마음이 왜그리 뿌듯하고 좋은지.

부모님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데

차 막히기 전에 올라가라며 등 떠밀며

트렁크가 간신히 닫힐 정도로 챙겨주셨다.

집에 도착해서 챙겨주신

부모님표 먹거리를 정리하는데

또 눈물이 왈칵~~

-오이소박이 2통, 대파와 쪽파 다듬은 거,

호박, 노각, 옥수수, 참외, 토마토, 양파,

마늘, 고추장, 풋고추, 마늘쫑 짱아찌,

무 짱아찌, 묵은지 1통, 가지까지-

나도 부모지만

나의 부모님처럼 최고의 부모가 될 수 있을까?

평생을 희생하시고 퍼 주시면서도

정작 자식에게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무조건 적인 마음을 어찌 닮을 수 있을까 싶다.

나의 열네번째 쉼은

먹먹한 벅참으로 행복한 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