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과거는 잊혀지지 않지만 힘이 없다

소솜* 2020. 9. 13. 22:50

늦은 아침을 먹고,

가을 햇살이 너무 좋아

햇살이 가득찬 거실에 앉아

갓 내려 향기가 그윽한 커피를 마시며

남편가 이야기 하는 중

마침 임영웅이 광고하는

정수기 광고가 들리니까

"임영웅이 정수기 바꿔줄 것도 아니면서

왜 우리가 먹는 물마저 바꾸라 하는지

저런 광고 나오면 더 바꾸기 싫더라"하길래

'5~60대 줌마들이 임영웅이 광고하면 싹쓸이 해서

매출이 2~3배는 기본으로 오른대

내가 아는 사람은 같이 일하는 언니가

목요일 저녁에는 '사콜'을 시청해야 해서

알바도 무조건 안한다고 한대"했더니만

"그게 제정신이야~~

남편을 그렇게 챙기면 열녀상 받겠다"

하며 괜히 목소리를 높여

이때다 싶어

남편이 가끔 편협적인 생각으로

내가 답답함을 느꼈기에

쐐기를 박으려고 한마디 했다.

"각자 취미가 다르듯이 취향도 다르니까

그렇게까지 폄하하는 게

옳은 거 같지는 않아"

그러다 보니 서로가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왈가왈부 하는 중에

남편이 툭 던진 한마디에 머리가 띵~~

"참, 임영웅은 저렇게 영웅이 되었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어?"

"그 사람? 누구?"

"거 있잖아, 몇 년 전까지

00엄마 틈만나면 그 사람 카페 들어가서

글도 쓰고 열심이었잖아

그 사람 가수 아니었어?"

"지금은 카페도 없고

나도 잘 모르니까 묻지마

언젠가는 유명해지겠지"라며

얼른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는데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

뭔가 가슴이 서늘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과거는 잊혀지지 않지만

힘이 없다는 말이 맞는 거 같다.

 

커피 맛까지 모르게 한

대화인 듯,

대화 아닌,

대화 같은 애매함

역시 남편과의 대화는

서로의 생각, 의식, 취향이 다른 화두가

입에서 나오는 순간 대화로 연결되지 않게

단칼에 잘라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