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게 세월인가 보다

소솜* 2020. 10. 18. 20:37

 

쉬는 날은 마음이 휴일일지 몰라도

몸은 그 어느날보다도 바쁘다.

가을햇볕에는 곡식만 말리기 좋은 게 아니라

빨래를 해서 널어도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기분좋게 말라서 아침부터 바빴다.

수건 삶아 널고,

색깔옷 빨아 널고,

엊그제 고향 밭에서 뽑아온 무로

깍두기 세 통 담고,

부지런히 재래시장에 가서 재료 사다

오이소박이 두 통 담고,

멸치볶음, 진미채볶음, 무나물, 도라지무침,

소고기장조림, 우거지된장국 끓이고

오늘 저녁의 메인인 제주은갈치 조림까지

맛있게 먹는 가족들 보니 흐믓하긴 했지만

집에서 온전히 보내는 하루는

쉼이 아니라 피곤을 쌓아서

월요일부터 조금씩 덜어내서

주말이 되면 가뿐한 몸으로

토요일은 친구나 지인들과

근교에서 힐링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빵빵하게 행복으로 채우기 시작해

일요일엔 가족들과 함께 보내며

빵빵한 행복을 차곡차곡 밟아가며 채워놓고

거꾸로 월요일부터 조금씩 빼어쓰기 시작하면

금요일이 되면 마음과 몸이 비워지고

다시 주말에는 몸은 피곤으로 채우고

마음은 행복으로 채우고...

일주일의 주기가 어찌 그리 어김없는지 ㅎㅎ

 

요즘은 집안일을 하거나

친구들과 근교에 나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면

확실히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몸이 나이들면 마음도 나이가 들던지

뭐 이런 경우가 있는지 모르겠다.

마음은 치리릿~~

작은 감정에도 설레이고

뭔가 모를 안타까움에 왜그리 서러운지 원.

같이 나이들게 하든지

같이 젊음을 유지하게 하든지 해야지

이 아름답고 먹먹한 가을을

어찌 견뎌내라고

몸과 마음을 차이를

한 해 한 해 더 벌려놓는지 야속하다.

야속함 속에서도 가을은 참 예쁘다

그 예쁨이 어쩔 수 없어서 종종댄다.

그래서 가슴 한 편은 아프다.

몸은 정직하게 나이 들고

마음은 점점 거꾸로 가려하는 게

그게 세월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