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도

소솜* 2020. 10. 13. 14:31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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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는

(안도현- 연탄 한 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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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군가에게 연탄 한 장 같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던가?

모범생?의 삶만을 살아오던 내가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일상과 일탈의 삶을 맛보며

동시에 병행하기 시작하면서,

삶의 오르가슴 같은 희열을 맛보며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다.

무엇을 하든 시작하면 미친듯 해야만

직성이 풀리곤 하는 성격 탓이랄까.

나름 공부도, 일도, 생활도

모범의 범주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미친 듯 최선의 몰입으로 살았었는데

내가 살아온,

내가 알아온

범주란 그야말로 우물이었다.

물론 지금도 나는 우물안 개구리다.

무섭고 두려워서라기보다는

사회적 잣대라는

모범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게

스스로 허용이 안되고 용기도 없다.

유일하게 벗어나본 일탈

결코 나쁜짓이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아니었기에

길다면 긴 시간을 행복하게 즐겼다.

그리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그 시절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나는 다시 돌아갈까?를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돌아는 갈 수도 있지만

마음을 다해 사람을 믿지는 않을 것이다.

믿음 위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장미꽃만을 보는

우(愚)를 범하는 게

얼마나 아프고 상처가 오래가는 지

이제는 알기에.

장미꽃 한 송이를 갖기 위해서는

줄기에 있는 수 많은 가시도 가져야 함도

이제는 알기에.

꽃의 아름다움과 가시의 고통

견주어 보건데 서로 만만치 않다.

그러나 확실한 건,

꽃은 오래지 않아 시들지만

가시에 찔린 상처는 그 깊이에 따라

오래도록 남아 있다는 거.

그렇기에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함께 하는 사람들을

적당히 믿고,

적당히 마음 나누며 그렇게 일탈할 것이다.

내 일탈의 추억과 기억에 오래도록 머물

그녀들과의 추억소환을 하며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물처럼

지난 시간들도 유유하게 흘러가

좋은 기억들과 남겨지길 바라다 보니

불현듯 ' 연탄 한 장'시가 떠오랐다.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