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모세혈관까지 스며드는 비

소솜* 2021. 8. 24. 14:04

내게 비는,

사람의 관계를 한 뼘쯤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요 며칠,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비가 내렸다.

비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들께 미안한 마음을 갖고

가끔,

혼자 가는 나인블럭 서종에서 비를 맞이했다.

비를 보며

추억을 꺼내 그리움을 맛보는

그 은근하면서도 여유로운 맛이

이미 폐부 깊숙히 자리잡고 앉아

비만 오면 마음을 흔들어 대지만

무엇보다도 커피향을

모세혈관까지 느끼기 위해 그곳을 찾았다.

냇물에 그려지는 동심원을 바라보며

갓 내려 향까지 좋은 커피란

커피가 아니라 행복이고 설렘이었다.

거기에 달달한 빵까지 곁들이면

기분은 그야말로 빵맛 보다 더한

꿀맛으로 세포 하나하나가 달달해진다.

읽어내려가던 책 위에

'지금'이라는 글자를 써 본다.

그 글자가 누구에게는 크고

누구에게는 작고

또한 그 글자가 누구에게는 웃고 있고

누구에게는 울고 있는 모습으로 투영되었다.

내가 지금 써 내려가는 '지금'이라는 글자는

또박또박 바른 글씨체에

함박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지금' 나는 행복하다.

그 행복을 더 전염시키고

넘치도록 담아오기 위해

내일은, 마음의 젖줄이자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으로 내려가

고추도 따고, 

엄마 냄새도 실컷 맡고, 

친구들과 깔깔 대며 어릴 적으로 돌아가야지.

내 커다랗고 투명한 비누방울 속 유년의 고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