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소솜* 2023. 1. 9. 00:13


십 여년 전 내가 다른 길로 접어들었을 때
기꺼이 그 길을 함께 걸어주던 친구
두어 해 같이 걷다가 아니 걸어야 할 길이라며
먼저 처음의 갈래길로 되돌아간 친구가
먼저 천천히 가고 있을테니 얼른 주저없이 와서
자신의 손을 잡고 다른 길을 걷자던 친구
"지금의 길로 계속 가다보면
돌아가고 싶어도 너무 멀기도 하거니와
그 길로는 이후로 다니는 인적이 점점 적어지고
끝내는 아무도 다니지 않아 수풀이 우거져
결국에는 나오는 길을 찾을 수 없을 거야
그럴 때 주저앉아 울고 소리쳐도
누구도 들을 수 없고 도와줄 수 없으니
너무 오래, 멀리 가지 말고
되돌아 나왔으면 좋겠다.
되돌아 나와 처음 갈래길에 도착해서
내게 손을 내밀면
그 때는 따뜻하게 기꺼이 네 손을 잡아줄게
오랜시간 함께 하며 서로가 참 많이 좋아하고
위로받고 성장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넌 사회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의 따뜻함이 있어
친구로서 자랑스러웠어
그걸 뒤로 하고 인적이 점점 끊어질 길을
간다는 게 눈에 보여서 안타깝기에
그래서 기다릴게
너무 늦지 않게 같은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천천히 가고는 있겠지만
되도록 빨리 내 손을 잡았으면 좋겠어.
참 좋은 내 친구,
참 따뜻하고 옳은 시선을 가진 내친구야
기다릴게 얼른 되돌아와"
지금도 생생한 기억이 남겨진 친구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메아리로 십여년 울리도록
난 돌아가지 못했고 길을 잃었다.
시간도, 사람도, 삶도
옷을 수선해 더 만족할만한 옷으로 리폼하듯
일정 부분을 뚝 잘라내고
다시 꿰매면 더 나아질까
그럼 그 친구가 다시 손을 내밀어 줄까?
이제는 주저없이 손을 잡고 같이 걷고 싶은데
너무 늦은 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