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이리 하루하루가 빨리 가는지
바늘에 실 동여매어 사용하는 것처럼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별로 하는 일도 없는데
일주일이 하루 처럼 지나간다
나이들수록 빠른 느낌이라는데 그럼 나이탓ㅠㅠ
연일 폭염으로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에
시원한 집에서도, 카페에서도
"덥다! 더워도 너무 더워서 숨막힐 것 같아"를 연발했는데
주중에 이틀 부모님이 계신 고향집에 머물면서
그 말이 얼마나 사치였고 계륵 같은 말이었는지 알았다.
가장 더운 오후 3시쯤 고향집에 도착했는데
자식들 주려고 무농약 텃밭 농사를 짓는 아버지가
무릎에 보호대를 대고 무릎 꿇은 자세로
서리태 콩밭 사이사이의 잡초를 뽑고 계시는 모습이
맨 먼저 눈에 눈에 들어오는데
1초도 안되어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물이 왈칵~~
차에서 내리면서 인사도 하기 전에
열사병으로 쓰러지면 어쩌려고 이 더위에 잡초를 뽑느냐고
내년부터 밭농사 짓지 말고 쉬시라고
그게 몇푼이나 한다고 사먹으면 되지
그고생 하시느냐고 소리소리 지르니까
"여태 쉬다 금방 나왔어. 지난번에 비오고 나서 풀이 워찌나 빨리 크는지 쬐끔만 뽑고 들어가려구 했는디 괜히 니헌티 걱정허게 혔네 ~~"끝말을 흐리면서
딸 눈치를 보는 아버지 모습에 돌아서서 또 눈물을 닦고야 말았다.
아흔의 촌로가 매일을 풀 뽑으며 가꾼 텃밭에는
옥수수, 가지, 수박, 참외, 토마토, 파, 호박, 서리태콩. 아삭이 고추, 청양 고추, 들깨, 부추, 오이가 자식들을 기다리는 부모님 정성으로 열매를 맺거나 자라고 있고 꽃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씨가 날아가 싹을 틔워 꽃피운 토종 채송화는 농작물 사이사이에 흐드러지게 피었어도 뽑지 않은 아버지의 은근한 배려이자 사랑이라고 느껴져 또 눈물이 왈칵~~
땀에 옷이 흥건하게 젖은 아버지를 모시고 집안으로 들어가
올해 한 번도 가동하지 않았다는 에어컨을 처음 켜며
서향집이라 오후에는 서너시간씩 꼭 에어컨 켜시라고 했더니
"선풍기로도 충분혀 별로 안더웠는디"
하시면서 시원하다를 연발하시는 엄마의 말씀이 명치에 또 꽂히고ㅠㅠ
이틀 동안 부모님 드시고 싶은 거 해드리니
여름이라 입맛 없었는데 입맛 돈다며
맛있게 드시는 모습 보며 뭉클~~
아버지 모시고 병원에 은행에 혼자서는 못하시는 일들 해결해 드리니
고마워 하시는 모습에 또 뭉클~~
당연한데도 자식 눈치 보는 거 같아 속도 상하고ㅠㅠ
집으로 출발 전
우리집 먹을 고추, 가지, 노각, 참외 따고
익은 옥수수 오래 두면 못 먹는다고
따다가 친구들 나눠주라기에
60여 개 따는데 땀을 한바가지는 쏟은 거 같다.
저녁무렵인데도 이렇듯 땀이 나고
고작 30분 정도 밭에서 일 같지 않은 일로도 힘든데
이 더위에 잡초 뽑고 농작물 가꾸시는 아버지의 노고에
절로 마음이 숙연해지고 죄송하고 고맙고......
올라오기 전
부모님 두 분 목욕 시켜드리는데
하루가 다르게 근육이 빠지셔서 앙상한 팔다리를 보며
땀 반, 눈물 반 목욕을 마치고
올라간다고 짐 챙기고 있는데
"벌써 가려구? 더 있다 가면 안되는겨?"하시며
눈물 그렁그렁한 엄마에게
"금방 또 올게. 내일부터 5일간 큰아들이 휴가라서 내려와 있는다 했고 이틀 후 금요일에는 언니가 내려온다 했으니 걱정하지마" 말하며 엄마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손만 흔들고 출발했는데 올라오는 내내 부모님의 삶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명치 끝에 맺히더니 지금도 꽉 막혀서 안스럽고 안타깝고 마음이 힘들다.
그 어떤 부모님 보다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오신 우리 부모님을
누가 뭐라해도 난 우리 부모님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이틀 동안 고향집에서 땀 한 사발, 눈물 한 양푼 쏟았다.



부모님표 옥수수. 감자 삶아 친구들에게 나눠주니
고마움과 감사함으로 맛있게 먹어줘서 흐뭇했고
울집을 옥수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껍질 까지 않은 옥수수는
옥수수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기꺼이 분양 해주니
친구들이 시원한 커피와 빵으로 돌려주네
저녁으로 갈비까지 대접 받았는데 인증샷 깜빡~~
아버지 덕분에 내 배가 호강했네ㅎㅎ


어라~~젤 많이 먹은 넘은 워디간겨?
아닌 척 하려구 인증샷에서 빠졌어도 우린 다 알고 있다공ㅎㅎ
'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0) | 2023.08.03 |
---|---|
더위는 식히고 마음은 단련하고 (0) | 2023.08.01 |
마음 비우려 그곳으로 간다 (0) | 2023.07.27 |
작정한 사람처럼 꾸짖게 된다 (0) | 2023.07.25 |
이곳 나인블럭 서종은...... (2) | 2023.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