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삼우제를 마치고 아버지의 마지막 무로 생채를 담으며~~

소솜* 2025. 3. 4. 10:37

허락을 하든말든,
실감을 하든말든,
인정을 하든말든
시간은 그저 흐른다.
붙잡고 싶은 시간은 쏜살 같이 흐르고
잊고 싶은 시간은 착 붙어 더디게 흐르는 게 시간인 거 같다.
슬픔이나 힘듦에는 시간이 약이라 하는데
때론 그 약이 더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아버지가 하늘 나라 가신지 육일째,
어제 사남매 부부 여덟명이 삼우제를 지내며 먹먹함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삼우제를 지내고 시골집에 모여 부모님 자주 찾아가서 살아가는 이야기 들려드리고 우리 사남매 더 우애있게 지내자고 약속하며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엄마, 아버지 두 분이 만나 손잡고 자식들 잘사는 모습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실테니까 슬픔과 아픔에 너무  빠져있지 않고,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가 부모님 몫까지 더 즐겁고,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게 살다가 먼훗날 부모님 곁으로 가서 부모자식으로 다시 만나는 것을 부모님도 바라실 것이기에.

내 나름으로는 부모님께 최선을 다했다 싶은데도 잘해드린 것보다 못해드린 것만 왜그리 생각나는지 부모님께 약속을 하면서도 모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우리 삼남매도 부모님 생각하는 마음이 깊고 나름 열심히 잘 보살펴드렸지만, 특히 k-장녀의 표본인 언니 같은 효녀를 낳은 건 부모님의 복이고, 자식 사랑이 애틋했던 부모님에게서 태어난 건 우리 사남매의 복이라 여기기에 늘 감사드린다.

삼우제를 마치고 작년 가을 아버지가 자식들을 위해 수확해 저장해 두었던 무를 갖고와 무생채를 담았다. 저장을 잘해놓아서 아삭한 무가 시들기 전에 서둘러 담가야지 아버지께 덜 미안할 것 같았다. 이 무가 자식들을 주기 위해 평생 지은 농사의 마지막 농사라 생각하니 더 맛있게 더 아껴 먹으며 감사한 마음을 가슴에 새겨 놓으련다.
'두 분은 우리 사남매에게 최고의 부모님이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자주자주 찾아뵐게요.
편안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