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하더니 걷잡을 수 없이 울음이 터져 나왔다.
너무 늦은 시각인지라 혹여라도
깊은 잠에 빠져있는 남편이 깰까봐
이불에 얼굴을 묻고 하염없이 울다
정신이 혼미한 아득함을 느끼며 그대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퉁퉁 불어 눈뜨기도 버거웠다.
그 울컥함은 숫자 세 개로 부터 시작되었다.
내년도 여행계획을 세우며 설날연휴를 피하려고
캘린더를 확인하다 1. 19 숫자가 눈에 띄며
깊숙히 묻어둔 그리움과 보고픔이
어찌할 틈도 없이 훅하고 밀고 나와
주체할 수 틈도 없이 눈물이 펑펑 쏟아지며 오열했다.
엄마가 천국 가신 날짜 1.19
아마도 내가 눈감는 날까지 오열하게 만들 날짜이다.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는 수필을
오래 전에 읽으며 무슨 의미일까 싶었는데
엄마를 보내고 나서야 그리움 조차
산 뒤에 숨어서 잘 보이지 않는 아련함을 알게 되었다.
엄마라는 산이 이렇게 높을 줄,
엄마라는 언덕이 이렇게 편안할 줄
미리 알았더라면 좀 더 잘해드렸을 텐데.
엄마와 좋은 곳도 더 많이 다니고
엄마와 맛있는 음식도 더 많이 먹고
엄마에게 예쁜 옷도 더 많이 사드리고
엄마 건강도 미리미리 더 챙기고
엄마와 함께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는 시간을
더 많이 갖고 더 많은 추억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저 엄마이기에 당연한 줄만 알고 있었다.
엄마도 여자이고, 이름도 있었는데
그저 엄마인줄만 알았다.
지난 추석에 자식들, 손주들까지
엄마를 찾아가 그리워하고 보고픔을 전했는데
엄마가 어제 늦은밤에 대답을 해주신 거 같다.
'엄마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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