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에헤라 디여 3탄~~부모님과 함께

소솜* 2020. 7. 13. 16:36

4시간 동안 곰국 끓이듯 미역국을 끓였다나 뭐라나~~

생일날 아침, 금일봉과 함께 쑥쓰럽게 " 생일 축하해" 하며

남편이 최선을 다해 차렸다는 내 생일상 ㅋㅋ

 

아침 먹고, 부지런히 출발해 고향에 도착하니

꽃 좋아하시는 엄마가 밭 가장자리에 빙 둘러 심어놓은

토종 채송화꽃이 기분좋게 맞이해 줬다.

 

채송화를 밭 네귀퉁이 가장자리에 빙 둘러 심어 놓아

어찌나 예쁘고 아름다운지 절로 탄성이 나왔다.

 

공간만 있으면 이꽃저꽃 꽃을 심어

이른 아침 이슬 머금고 햇빛 받은 꽃을 보는 게

최고의 하루 맞이하고 하시는 소녀마음 울엄마!

 

노란 참외꽃이 참 이쁘다.

방학 때쯤이면 노랗게 익은 참외 실컷 먹을 수 있겠지.

 

농약을 치지 않는 대파는

대파인지 쪽파인지 실파인지 알 수가 없어 ㅎㅎ

 

어제 밤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하니

서리태콩도 무럭무럭 자라겠지

 

아랫밭은 온통 들깨만 심어 들기름은 4남매가 실컷 먹지만

요 참깨는 소출이 많이 않아 딱 깨소금 해 먹을 만큼만~~

분홍색 꽃들이 숨어 있는 초록의 참깨열매가 줄줄이 사탕처럼~~

 

밭 가장자리는 찰옥수수가 울타리 처럼 자라고 있던데

엄마는 대책없이 많이 심었다고 아버지 타박하셨지만

자식들 나눠주려는 그 마음 어찌 헤아리지 못할리가~~

 

텃밭에 대여섯그루 심은 토마토는 주렁주렁 열렸는데

빨갛에 익은 토마토는 왜 안보일까나??

딸 서울 올라갈 때 보내겠다고

아침 일찍 붉은빛만 보여도 모조리 따셨다는 거.

 

가지도 주렁주렁~~

큰 가지 열댓개는 지금 우리집 냉장고에 ㅎㅎ 

 

다른 농작물은 농약을 안치시는데

고추만큼은 농약 안주면 붉은 고추 딸 것이 없다며

그래도 다른 집 두어번 칠 때 한 번씩~~

 

고구마도 무럭무럭 자라고~~

 

창고 벽을 타고 올라간 호박잎

사이사이 애호박 따서 열댓개 주시고~~

 

낳아주시고, 길러주시고, 가르쳐 주시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늘 자식들에게 더해 주고 싶으셔서

꾸부정한 허리로 농사지으시고 흐믓해 하시는 부모님,

낳아주심에 감사드리며 맛있는 점심 대접해 드린다고

남편과 함께 맘 먹고 내려갔는데 딸 생일이라고

기어히 점심을 사주신다 하셔서

국수나 면 먹으면 오래 사니까

"엄마, 나 200살 까지 살려고 짜장면 먹고 싶어"

했더니만, 엄마 돈 많다면서 자꾸만 갈비 먹으랜다.

며칠에 거쳐 생파 하느라 매일 고기만 먹어서

고기 냄새도 맡기 싫다하고 중국집으로 고고고~~

 

일반 짜장면이나, 짬뽕도 아니고

젤 비싼 짜장면과 짬뽕 달라하시는 엄마

결국 삼선짜장 두그릇, 삼선 짬뽕 두그릇 시켰는데~~

 

화장실 가신다고 일어서더니

몰래 탕수육까지 주문하신 엄마.

먹는 내내 명치가 알싸하고 눈물이 그렁대

고개도 못 들고 연신

"엄마가 사줘서 그런지 더 맛있네"만 되풀이하며

평소 잘 먹지 않는 국물까지 한 방울 안남기고 싹 비우며

나도 부모지만 부모님의 마음을 어찌다 헤아릴까 싶었다.

점심 먹고 쉬었다가 저녁 지어서 같이 먹고 올라오려 했는데

비가 많이 내릴 거 같다고 자꾸 올라가라고 하셔서

트렁크 가득 엄마 마음을 싣고 출발하는데

잘 올라가라고 손 흔드시는 모습이 왜그리 먹먹한지...

집에 도착해 엄마표를 엘베 안에 옮겨 싣는데

정지 버튼 누르고 실어도 실어도 끝이 없었다.

엄마, 아버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엄마표 정리 후 쉴 겨를도 없이

친구들에게 엄마표 전해주러 갔더니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창 넓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생일 마무리를 떡볶이와 커피로 근사하게 해주네.

에헤라 디여~~나는 행복한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