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엄마의 꽃밭

소솜* 2022. 4. 8. 11:07

 

팝콘이 터지듯 봄꽃이 지천으로 피어난다.

엊그제 친구들과 개나리길을 걷다가

문득 서너 해 전 벚꽃길로 입소문 나서

전국에서 꽃구경 오는 당진천 벚꽃길을

부모님을 모시고 가서 구경한 적이 생각났다.

장관을 이룬 꽃길을 걸으며 엄마가 하신 말씀이

해마다 꽃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봄이 되면

명치에 뭔가가 얹혀 있는 듯이 먹먹하다.
"내년에도 이렇게 이쁜 꽃을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것다

너는 볼 수 있을 때 실컷 구경 다녀라"

그리곤 코로나와 걷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서너 해 거른 당진천 벚꽃길을

오전 수업 마치고 고향에 내려가

오후에는 꽃비를 맞으며 걸어보려 한다.

부모님의 걸음걸이 보폭에 맞춰

쉬엄쉬엄 걷다 보면

예전에는 보지 못한 풍경도 눈에 들어올테고

무엇보다 꽃보다 아름다운 촌노의 모습에

더 탄성을 자아내게 될터이니까.

유난히 꽃을 좋아하셔서

구부러진 허리로 한 발짝 옮기는 것조차

연신 힘들다를 연발하시면서도

고향집 진입로 양쪽으로 길게 심어놓은 수선화가

지금쯤 노란꽃으로 피어나

마당가에 서서 하염없이 바라보실 엄마.

수선화 지고 나면

텃밭 빙둘로 심은 철쭉이 만개를 할테고

철쭉이 지고 나면

화단에 노랑, 빨강, 분홍의 장미꽃이 피어나

바람에 향기를 묻혀와

코끝에 장미향으로 중독시킬 것이다.

마당가에 커다란 수국이 뒤를 이를 것이고

채송화 밭에 옹기종기 무리지어

토종 채송화까지 엄마의 꽃은

1년 내내 피고 지고 할 것이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부모님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가족

좋아하고 즐거움을 주는 친구들

그들이 있어 난 오늘도 행복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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