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문득 선배의 안부를 묻고 싶다

소솜* 2024. 6. 22. 08:12

나이 들어갈수록
마음도, 욕심도, 물건도 비워야 한다는데
추억은 비워지지 않고 불쑥불쑥
마음을 더 채워가게 되는지 모르겠다.
어젠, 이것저것 꺼내어 정리하다
우연히 오래 전 일기장을 꺼내게 되어 넘기다
일기장 사이에 끼어 있던 쪽지를 발견했다.
무슨 쪽지인가 읽어 내려가다 보니
기억은 빛바래서 정확하지 않지만
아련한 추억은 또렷하게 되살아 났다.
첫 부임지에서 받은 선배의 쪽지
 
---지금이 바로 기회이다
만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사랑한다는 말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지금이 몇 시이든 당신이 어디에 있든
아무거리낌 없이 나는 말하리라.
"사랑해,
당신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
우습게 넘길지 모르지만
꼭 하고 싶은 이야기야
진실로 사랑해!"
매일을 새로이 시작하면서
나는 당신을 좀 더 알기 위하여
기쁨과 절망을 전달하고 ,
당신에게 귀 기울여
나 자신을 줄 수 있는
가장 완전한 방법을 찾고,
나 자신이 인간임을 명심하고
내가 완전해질 때까지
당신에게 완전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매일을 새로이 시작하면서
나는 마음을 열어
당신을 맞을 것을 맹세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당신을 느끼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과정에
열중할 것입니다.
그리고는 무엇이 일어나는지를
볼 것입니다.
확신할 수 있습니다.
사랑을 잃어버리면
인생을 놓치게 됩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사랑을 깨닫는 일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사랑해, 어제보다 더....."---------

선배는 잘 살고 있을까?

지금은 나를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내가 웃으면 선배도 웃고
내가 아프면 선배가 더 아파해 하며
그렇게 몇 년을 그림자 처럼 맴돌며
그토록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었는데
나는 왜그리 냉담하게 대했을까?
대못보다 더한 비수를 선배 마음에 꽂아주며
관심과 사랑을 싹부터 왜 단칼에 잘라냈을까?
스물너댓의 나는 선배를 시시하게 여겼던 거 같다.
선배의 마음 쯤은 무시해도 되는 줄 알았던 거 같다.
스물너댓의 나이에는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살아보니 돌아가는 세상의 속도에 맞취
그저 열심히 함께 돌아가고 있었다.
내 중심의 세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세상에서 그저 열심히 돌고 있을 뿐.

까마득하게 잊고 살아 왔는데
불확실한 기억 보다
확실한 추억은 역시 강하다.
그때의 내가
선배의 기억 저 편에는 있을까?
기억 저 편에서는 잊혀졌더라도
추억 안에서는 내가 여전히 살고 있을까
흐린 하늘을 비집고
문득 선배의 안부를 묻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