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5일 간의 소소한 이야기

소솜* 2024. 8. 19. 16:27

8. 15. 목
지인의 아버님께서 작고하셔서 문상을 다녀왔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2시부터~7시30분까지
내 평생 가장 긴 문상시간이었다.
지인과 인연이 있고 나와도 인연이 있는 지인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지난 시간들의 소중함을 추억하며
고인의 명복도 빌고 서로의 안부도 묻고.
 
8. 16. 금
언니, 올케들과 '파스텔시티'에서 만나
힘이 불끈 솟는다는 낙지요리를 먹고
달달한 음료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시'자가 들어가 '시금치, 시레기'도 안 먹는다는데
우리 올케들은 '시누이'들도 편하게 대해 고마워서
저녁과 커피는 시누이들이 팍팍 쐈다.
돈은 이래저래 젤 중요한 무기여ㅎㅎ
 
8. 18. 토
엄마를 만나러 언니와 고향집에 내려갔다.
아침 9시에 도착했는데도 
아버지께서 아침을 안드시고 우두커니 앉아 계셔서
부랴부랴 아침밥 챙겨 드리고 다 드신 후
병원을 가기 위해 목욕부터 시켜 드렸다.
두어달 전만 해도 딸들 앞에서 부끄러워
속옷은 꼭 입고 목욕을 하셨는데
이제는 부끄러움도 잊고 아기처럼 하시는 모습에
짠하면서도 씁쓸하기도 하고 안스러웠다.
병원에 가서 검사 두 가지 하고 진료 받고
점심은 근처에서 추어탕 사드렸더니 맛있게 드셨다.
점심 식사 후 이발소에서 머리카락을 자르고
사진관에서 영정사진을 찍었는데 
덤덤한 표정으로 기꺼이 사진 찍는 모습이
나와 언니의 눈시울이 붉어지게 하고 명치가 알싸했다.
아버지와 해야하는 일정을 마치고 
엄마를 만나러 공원묘지로 향했다.
더워도 너무 더워 엄마 묘소까지 1분여 올라가는데도
등줄기에 땀이 줄줄줄~~
하루 종일 직사광선을 쬐며 더워하실 엄마 생각에
두 딸이 어찌나 하염엾이 울며
엄마에게 미안해 하고 그리워하고
엄마는 늘 그냥 아프고, 보고프고, 고맙고, 미안함으로
우리 4남매의 가슴 안에서 살아계시는 거 같다.
엄마~~너무 보고 싶고 사랑해.


8. 18. 일
오전에 집안일과 반찬 만들어 놓고
오후에 친구와 만나 이른 저녁을 먹고 난 후
노을이 물드는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음이 참 따뜻해지고 스트레스도 휘리릭~~.
사람의 인연은 깊이도 중요하지만 
함께했던 시간들은 더 중요하다 싶다.
오랜 시간과 깊이가 함께라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특히 친구와는 오래 시간 익어갈수록 편해지고...


 8. 19. 월
어찌어찌 엮여서 오늘부터 6개월간 출퇴근을 하게 되었다.
겨울방학을 제외하면 출근날이 딱 92일간.
첫날이라 아이들과 수업을 하지 않았음에도
내일부터 수업할 준비하느라 정신이 탈탈 털리넹.
3주간 창문 꽉 잠궈둔 4층 건물의 4층은
하루 종일 파워냉방을 해도 식지가 않아
4시가 넘은 지금에서야 겨우 견딜만 하다.
내일부터는 20명의 아이들의 체온과 호흡이 더해지는데
과연 견뎌낼지 걱정에 걱정을 안고 출근할 듯 ㅠㅠ
내일은 가장 시원한 옷을 입고
불쾌지수 높아지지 않게 마음을 다잡고 와야지.
오늘 하루는 지났으니 무사하게 91일 지내보자.
퇴근 준비하며 아자, 아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