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을 잃어 십여년 가까이 병원에 누워 있는 친구를 만나고 이틀 동안 마음에 병이 나서 끙끙댔다. 누구보다 똑똑하고 여유롭고 긍정적인 친구가 기억을 잃고 눈맞춤 조차 못하는 모습을 보노라니 마음에 사정없이 상채기를 남기며 훑고 지나가며 안스러움에 어찌할 바를 몰라 두런두런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눈을 한 번만이라도 깜빡여주길 바랬는데 허공에 멈춤 눈동자만 보여줄뿐 끝내 기억소환을 못하는 나의 오랜 친구. 미국생활로 오랜기간 함께하지 못한 공백기가 우리들 시간의 공백기가 되었고 다시 만났을 땐 이미 기억을 서서히 잃어가는 중이었건만 상상도 못했기에 눈치조차 채지 못한 나의 무심함도 탓하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 오히려 병원에서 만나고 나오며 우리 둘 다 서로 마음 무거움을 느끼게 하고 싶지않아 밥도 더 맛있게 먹고, 커피 마시며 다른 화제를 돌리며 가볍게 이야기 나누곤 집에 와 그 밤부터 끙끙대며 마음이 앓았다.
친구야~~다음 면회 때에는 딱 한 번만이라도 우리 눈맞춤 하자. 긴 설명도 필요없고 그거면 충분해. 네가 나를 알아보고 네 눈으로 응답했다는 거 그거면 우린 충분하고 희망을 품고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친구야~~네가 내 친구여서 나의 젊은날이 즐겁고 행복했단다. 지금까지 십여년의 시간 동안 충분히 잤으니 이제 서서히 일어날 준비하며 기지개를 켜고 다음 만남에는 꼭 눈맞춤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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