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눈물 반, 정성 반의 총각김치를 담다

소솜* 2024. 11. 10. 16:58

위에 잎사귀를 덮기 전에 사진을 찍었어야 햇고춧가루가 빨갛게 물든 알타리무가 먹음직스러워 군침이 돌텐데 아쉽ㅋㅋ
언니, 동생 둘은 한통씩, 시골집 작은통 하나, 제부가 총각김치 좋아한다며 언니가 우리 집은 두 통(누가 보면 김치만 먹고 사는 줄ㅋㅋ)
양념 버무린 것이 많이 남아서 각자 집에서 파김치 담자며 파 한봉지씩 뽑고 양념 한 통씩 가져왔으니 시들기 전에 다듬어서 얼른 담아야겠다.

집에 와서 앞사귀 살짝 걷어내니 붉은 속살의 알타리무가 환상이야 환상.
오~~굿굿! 맛도 좋고 색도 좋고.

양념 남은 거로 집에서 쪽파김치까지 담그고  나니
마음이 뿌듯하고 왠지 부자가 된듯~~
김치 부자도 부자 맞는 거 아닌감ㅎㅎ

금욜 조퇴하고 오후에 시골집에 내려가서
언니와 총각김치를 담기 시작해서
토요일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4남매가 맛있게 먹을 김치가 완성되었다.
엄마가 살아계시던 작년까지는
부모님께서 직접 농사지으신 재료들로 담갔는데
-알타리무, 고춧가루, 쪽파, 대파, 생강, 마늘, 양파-
올해는 쪽파. 대파, 마늘은 언니가 처음 지은 텃밭농사로
알타리무, 고춧가루, 생강, 양파는 동네분이 농사지은 거로
엄마 없이 처음으로 총각김치를 담그며 엄마생각이 나
언니와 눈물 반 정성 반의 김치를 담갔는데
점심에 맛을 보니 맛은 있는데도 뭔가 2% 충족되지 않았다.
평생 그 2%는 절대 김치맛으로 낼 수 없을 거 같다.
동네에서도 엄마가 손맛이 좋다고 소문이 났는데
엄마가 담가주신 김장김치를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주면
모두 맛있다며 살 수 없느냐고 물어오고 했었는데
그 손맛을 어찌 내가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
생활의 곳곳 그 어디에도 엄마의 흔적이 없는 곳이 없고
엄마의 손길이 안닿은 곳이 없었다.
엄마가 주무시던 침대에서 엄마 베개를 베고
언니와 밤새 엄마와의 추억을 이야기 하며
늦은 밤까지 울다가 웃다가 잠들었다.
다음날 오후에 맛있게 담근 김치 한 통을 들고
엄마 묘소에 가서 엄마에게 두 딸이 담근
김치를 보여드리며 엄마의 김치맛이 그리워 또 울고......
얼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엄마가 안계심을 받아들일까.
얼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이 먹먹함이 덜할까.
얼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주체할 수 있을까.
저녁 7시쯤 서울로 출발하며 고향집 마당에서 올려다온 하늘에는
반달, 은하수, 수 많은 별들은 왜그리 환하게 반짝이는지
끝끝내 엄마 보고픔에 시야가 뿌옇게 출발하고야 말았다.
눈물 반, 정성 반의 김치를 동생집에도 배달해줬는데
누나들 노력 생각해서  맛있게 먹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