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님이 사시던 고향집은 우리 사남매가 세컨하우스로 사용하기로 하고 시간이 될 때마다 내려가 텃밭 농사도 짓고, 집주변 잡초도 뽑고, 청소도 하고, 장독대에 장도 담가 놓기로 했다.
지난주에 농사지을 텃밭만 남겨두고 나머지 밭에는 풀이 자라지 않도록 동네분께 맡기러 사남매가 내려가 이런저런 의논도 하고 집도 일부 정리했다.
아버지의 옷장과 서랍을 정리해 입을 만한 옷은 의류수거함에 넣고 겨울옷 일부는 태우고, 서랍에 있던 아버지 일생의 흔적들도 태우면서 가슴이 먹먹해 사남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간단한 일상과 애경사 및 수입,지출이 적혀있는 노트가 20권이 넘었다. 자식이 왔다간 날, 용돈을 얼마 드렸는지, 무엇을 사드렸는지. 어디를 갔다왔는지 등등 꼼꼼하게 기록해 둔 노트내용을 읽으며 유산처럼 남겨놓을까도 생각해봤는데 의논 끝에 태우기로 했다. 그 노트를 볼 때마다 부모님 고생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껴져 그 미안함과 죄송함에 마음이 너무 아프고 못다한 효도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부모님을 하늘나라로 보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잘못한 것만 생각나 우울함에서 벗어니지 못할 것 같아 태워서 날리며 아버지도, 우리도 좀 더 자유롭길 바랬다.
수선화도 꽃망울이 맺히고, 장미도 새잎을 틔우기 시작하던데 시골집 내려갈 때마다 엄마, 아버지의 흔적들도 또 얼마나 더 먹먹할지, 언제쯤이면 눈물이 멈출지.
아버지의 노트는 불타 재가 되었지만 아버지 당신의 삶은 뇌리에 각인되어 내가 살아가는 내내 기억될 것이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그곳에서 엄마랑 편안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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