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엄마 안계신 명절은 상상도 못했다

소솜* 2024. 2. 12. 15:25


상상이 되질 않았다.
동도 트지 않은 깜깜한 새벽에 고향집에 내려가면서도
설 명절이니 당연히 엄마가 계시고 반겨줄 거라 여겼다.
어둠이 걷혀 사물이 분간되기 시작할 쯤 도착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열댓명이 반기는데
가장 반갑게 맞아줄 엄마가 안보였다.
엄마 없는 명절이 처음인지라 도저히 실감이 나질 않았다.
엄마 영정 사진을 앞에 놓고 추도예배를 드리면서도
마치 꿈을 꾸는 거 같아 눈물조차 나오질 않았는데
형부가 만들어온 30여분 짜리 추모영상을 보면서
엄마의 임종 모습을 다시 마주한 순간
숨쉬기가 힘들어지며 터져나온 울음
그건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 보다
엄마에게 좀 더 잘해주지 못한 후회와 아쉬움의 오열이었다.
엄마의 어린시절부터 임종의 모습까지 담긴 영상을 보는 내내
엄마의 기쁨, 웃음, 즐거움,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도
엄마의 고생, 희생, 노동의 모습만 왜그리 투영되는지ㅠㅠ
혹자 남들은 그렇게 말하곤 한다.
"자식 4남매 잘 키워서 ㅇㅇ엄마처럼 효도 받으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 당진에서는 보기 드물어"라고.
엄마가 살아계실 때는 그런말을 들으면 괜스레 어깨가 올라가곤 했는데
엄마가 돌아가신 후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엄마의 희생으로 우리는 잘먹고 잘살고 있으면서 엄마를 아프게 해서 하늘나로 소풍 떠나게 한 거 같아 죄스럽고 어깨가 축 쳐진다.
엄마가 없는 첫 명절에
우리 4남매가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을 나누어서  만들었다.
언니는 삼색나물에 묵 쑤고 만두에 떡국 육수에 식혜를
큰동생은 문어, 홍어찜, 생굴,과일을
막내는 LA갈비, 전을
나는 간장게장, 굴젓, 겉절이
엄마가 좋아하던 음식으로 엄마 없는 첫 명절을 보내며
'산 사람은 다 살아가게 되어있다'라는 옛말이 틀리지 않음을 다시금 느꼈다
아침 먹고 엄마가 계시는 공원묘지에 가서
엄마에게 굳게 다시 약속했다.
엄마가 평소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강조했던
'형제간의 우애' 지금까지처럼 평생 잘 지키겠다고.
언니 말 잘 따르고, 동생들 잘 배려하고 이끌어서
서로 마음을 나누고 따뜻하게 살겠으니 엄마 천국에서 편히 지내다 이다음에 엄마 자식들로 다시 만나자.
엄마가 명절 때마다 담가서 자식들 서너마리씩 나눠주던 간장게장
이번 설에는 내가 담가서 언니, 동생들 나누어줬고
앞으로도 내가 쭉 담가서 나눠줄게.
음식 솜씨 좋았던 엄마만큼은 아니더라도 다들 맛있다며 엄마맛이 난다고 하더라구.
엄마~~
내 꿈에도 한 번 찾아와줘
언니 꿈에도, 외손녀 꿈에도 찾아갔다면서 왜 내꿈에는 안 찾아와.
보고 싶으니 오늘 밤에는 꼭 찾아와줘.
엄마~~ 너무너무 사랑해.
편안히 쉬고 있어.
주말에 엄마 만나러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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