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눈이라도 내리려는지
오전내내 회색빛 하늘이 가까이 와 있다.
평소 잘 마시지 않는 달달한 믹스커피를 타서
이 추운 날씨에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을 보노라니
옷도, 장갑도, 양발도, 신발도 변변치 않았던 유년시절
동네 친구들과 눈밭을 뛰어다니며
볼과 코가 빨개지도록 놀던 생각이 불현듯 난다.
모란꽃 빨간 담요를 깔아둔 아랫목에
놀다가 언 몸을 녹이다보면
볼이 사과처럼 붉어지며 가려워 긁다보면 더 빨개지고
그 볼을 서로 바라보며 동생들과 까르르 웃곤 했는데...
그런 마알간 웃음을 웃어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난 사람을 믿는 게 사람에 대한 기본예의라고 생각한다.
그 믿음이 산산조각 나더라도
그래도 다시금 사람을 믿어야만 하는 게
사람과 더불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닐까 싶다.
돈으로 믿음을 깨고,
말과 행동으로 믿음을 깨고,
거짓과 위선으로 믿음을 깰지라도
그럼에도 난 사람을 믿는다.
사람이기에 그리하였고
사람이기에 다시 믿음을 줄거라고.
한동안 수런수런 대던 내 마음들을
가장 맑았던 유년시절의 눈밭으로 돌려놓는다.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용서를 하기 위해 믿음을 회복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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