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문득 별 시시껄렁한 의구심이 생긴다.

소솜* 2020. 12. 13. 20:32

아침에 일어나 뒷베란다 문을 열다 보니

눈이 제법 하얗게 나뭇가지 위에 쌓여 있었다.

찬바람이 들어오는 것도 잊고

한참을 하얀 눈에 시선을 빼앗기며

눈 내린 유년으로 추억은 달려갔다.

하얗게 덮인 너른 들판에서

친구들과 발자국으로 꽃도 만들고

자치기 놀이, 눈싸움, 눈사람 만들기도 하며

참 많은 추억을 만들어 놓은 유년 시절.

아직도 눈만 보면 마냥 가슴이 뛰고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얼굴까지 붉어진다.

 

확진자가 처음으로 1000명을 넘기니

확 현실적으로 다가오며

무섭고 두렵고 불안하고...

방역수칙 철저히 지켜야 하는데

느슨해진 우리들 마음들이

결국은 부메랑처럼 다시 되돌아와

우리들의 생활을 점점 옥죄어 오고

당장 불편하더라도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정부의 방역방침 철저히 따르고

잘 지켜내서 새해를 웃으며 맞이하고 싶다.

나는 나도 믿고 우리 국민들도 믿는다.

지금을 슬기롭게 잘 이겨낼 것이라는 걸.

답답한 마음도 덜어내고 바람도쐴 겸

오후에 동네 한바퀴 산책에 나섰다가

보도블럭 위에서 만난 낙엽

가을 속에 겨울이 놀러왔는지

겨울 속에 가을이 아직 떠나지 않았는지

아침에 내린 눈은 온데간데 흔적도 없고

곱게 쌓여있는 낙엽을 보노라니

그냥 쓸쓸하고 먹먹했다.

 

마음이 허한 거 같아

저녁에는 남의 살 좀 먹어보자 싶어

수육 삶아 보쌈김치에 배부르게 먹고 나니

포만감으로 만족감은 있는데

2% 채워지지 않는 허한 마음을 채우고 싶어

깜빡 잊었던 크리스마스 트리를 꺼내

장식을 하고 불을 켜니

마음까지 반짝반짝 빛이 나듯

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따뜻해졌다.

울 집 냥이 둥&룩이도 트리 주변을 맴돌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행복이 뭐 있으랴 이런 게 행복이지.

오늘 하루의 감정 변화

눈 내린 풍경을 보고 설렘빛

1000명이 넘는 확진 숫자 보고 불안감

낙엽이 쌓인 거리에서의 쓸쓸함

배부르게 먹고 만족감

트리 설치하고 행복감

그리고 지금 문득 의구심.

 

문득 생각난 건데

'걸리버여행기'를 읽다 보면

말이 지배하는 유토피아가 나오는데

그곳에서는 거짓말이라는 낱말이 없다고 한다.

거짓말이라는 낱말 조차 없는 곳에서 살면

정말 유토피아에서 사는 것 같을까?

거짓말이 난무하는 정치판

거짓기사가 난무하는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

거짓말로 상대의 진심을 갉아 먹는 사람

거짓말이라면 신물이 나지만

과연 거짓말이라는 낱말조차 없는

진실만을 이야기 하고

진실 뿐인 곳은 유토피아일까?

문득 별 시시껄렁한 의구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