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가끔은 수지 맞는 날도 있더라

소솜* 2020. 4. 20. 22:40




살다보면 가끔은 수지 맞는 날도 있더라

출근과 동시에 너무 바빠서

그야말로 점심도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모르게

우걱우걱 쑤셔 넣다시피 후다닥 먹고

분노의 양치질을 하자마자 또다시 모니터를 응시하고

쏟아지는 질문에 손가락이 쥐가 나도록 답하다 보니

눈알이 쏟아지듯 아프고 충혈 되고...

이게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지

사명감이 투절해 하는 짓인지

생각조차 할 시간도 없이 모니터와 사투를 벌이고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나 정리를 하는데

마음 사이로 '훅~~' 서글픈 바람이 지나가고.

물과 커피는 대여섯 잔도 더 마셨는데

빼러는 한 번도 안갔으니 얼굴까지 독이 올라온듯

거무칙칙한 얼굴을 보노라니 나 자신이 짠ㅠㅠ

마신 거 대충 빼내고 손 씻으려다 손목에 채워진  

엊그제 선물 받은 판도라 가죽끈 팔찌가

힘들었던 하루를 싹 잊게 하고

입가에 배시시 웃음이 절로 번지게 했다.

그냥 힘듦은 싹 날아가고 왠지 수지 맞은 거 같은 날

좋아하는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나름 신경써서 골랐을 선물 준 사람의 마음이

녹초가 된 나를 발걸음 가벼운 퇴근길로 바꿔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