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나는 그러하다

소솜* 2018. 6. 19. 08:37




나는 울고 싶고, 웃고 싶고, 토하고 싶고

벌컥벌컥 물사발 들이키고 싶고 길길이 날뛰며

절편보다 희고 고운 당신을 잎잎이, 뱉아낼 테지만


부서지고 무너지며 당신을 보낼 일 아득합니다

굳은 살가죽에 불 댕길 일 막막합니다

불탄 살가죽 뚫고 다시 태어날 일 꿈 같습니다


지금 당신은 내 안에 있지만

나는 당신을 어떻게 보내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조막만한 손으로 뻣센 내 가슴 쥐어뜯으며 발 구르는 당신


이성복의 '꽃피는 시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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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헤어지지 못한다.

덜 사랑하니까 헤어지는 거지,

사랑하는 사람이면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헤어지고 돌아서면 보고 싶은데, 어떻게 헤어진단 말인가.

헤어진다는 것은 실핏줄이 터지고 가죽이 갈갈이 찢겨지고

그런 것보다도 더 아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떻게 헤어진단 말인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끔찍한 건 이별이다.

그러므로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정말 사랑한다면, 아무리 어려움이나 권태기가 찾아오더라도

그를 극복하고 질기게 붙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사랑은 차마 못 헤어짐이다.

나는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