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오늘도 여러 번 울었다

소솜* 2020. 3. 17. 22:57




오늘도 여러 번 울었다.

자주 다니지는 않지만 정기검진을 하기 위해 치과에 갔다.

문을 여는 순간 들려오는 기계 소리부터 무섭기 시작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스켈링을 받으며 눈물이 찔끔났다.

바지자락을 꽉 부여잡고 참고 참았는데 ㅠㅠ

의사샘 왈

"사랑니 뽑으셔야겠네요 안 뽑으면 나중에 충치의 원인이 됩니다

아래 두 개는 났는데 위 두 개는 아직 안났네요"

아니 이 나이에 무슨 사랑니가 나느냐고?

여태까지 잘 참아주더니만 예고도 없이 언제 났는지 원

"더 생각해 볼게요" 했지만

무섭고 불안해서 안뽑고 싶었다.

뽑으라는 말에 또 눈물이 찔끔났다.


입 안에 피가 고이는 거 같아 신경을 쓰며

오랜지 사들고 집까지 걸어서 오다가

폐휴지가 반도 채 차지 않은 리어커를 끌고 가시던

할머니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

뭔가 모르게 내가 잘못한 것 같기도 하고

집콕 생활들을 하다보니 폐휴지 생산량도 적어서 그런지

더더욱 힘겨워 보이는 할머니에게 오랜지 세 개를 드렸더니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하시는데 또 눈물이 그렁그렁

'부익부 빈익빈'의 격차가 현저히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아니 저런 단어 자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평소에 걷기를 100미터도 안하기에

맘 먹고 치과까지 왕복 30분 정도 걸어서 갔다오는데

오랜지 8개 들고 오다보니 어찌나 힘들던지

집 앞 까페에 들러 머핀에 커피 한 잔 마시며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시집을 읽다가

또 눈물이 시 위로 똑똑~~

시가 내 마음에 와 그냥 꽂혔다.


저녁 먹고 뉴스보다가 또 눈물이 울컥

옆지기가 '뉴스 보며 우는 사람 첨본다'며 놀렸지만

소외계층에게 나눠주기 위해 면마스크를 만드는 사람들을 보며

그 마음이 따뜻하고 감동적이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걸

난들 어쩌겠냐구

내 눈물샘에 이상이 있는 것인지
별 거 아닌 것에도 암튼지 난 자주 운다

특히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아무 도움이 되어 주지도 못하면서

그냥 막막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

많이 울고, 많이 감동 받고, 많이 행복한

하루라는 오늘이 참 고맙고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