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좀체로 잠이 안와 오래전 일기장을 펼쳤다. 남자는 여자에게서 치자꽃 향기가 날 때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싶어진다고 하는데 그 달콤한 향기의 유혹에 꽃잎을 베어물 듯 순간적으로 풀썩 안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인다는 글을 여러 번 읽었다. 내 기억에도 치자꽃도 예뻤지만 그 향기는 매료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좋았던 거 같다 나에게도 그런 치자꽃 향기가 났음 좋겠다 사랑은 교통사고처럼 찾아오는 거라고 하던데 무사고 운전 경력탓인지 사랑마저 사고가 없이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고통이 수반된다 하더라도 기꺼이 맞이하는 마치 마취 같은, 어쩌면 중독 같은 사랑이 시작되어 치자꽃 향기를 맡게 하고 싶다.
매일매일 눈뜨는 게 새롭고 세상이 온통 그 사람의 후광으로 빛나는 것 같고 매 순간 심장이 고동치는 그 짜릿한 상태가 정열적인 사랑이라 하는데 정말이지 일생에 한 번쯤은 겪어볼 만한 황홀한 사건임에는 틀림없는데 왜 내게는 교통사고 같은 사랑의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걸까? 가슴이 시린 가을과 겨울사이에 몇 년을 더 서성이어야 할까? 2008년 11월 16일~~~일기 중에서 배우 박해미씨 남편의 음주운전으로 못다핀 뮤지컬 신인배우 두 명이 사망한 사고를 접해서 그런지 집 앞 마트도 운전해서 다니는 나로서는 다시금 운전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이 아침 그러나 이런 교통사고는 한 번쯤 겪어보고 싶다. 한 번 크게 당해보고 싶어진다. 머리에 지진이 나고 심장이 고장난 듯 황홀한 사건. 순간에 가슴으로 젖어드는 사랑의 교통사고... 가을엔 내게서 치자꽃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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