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용기 있는 선택

소솜* 2020. 11. 10. 15:21

지글지글~~

삼겹살 익는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빗소리만 청아한 게 아니라

삼겹살 익는 소리도 못지않게 청아했다.

거기다 고소한 냄새까지 코를 자극하니

침샘이 부지런히 활동하고

뱃속이 요동치는 건 당연지사

 

 

삼겹살 익는 동안 밑반찬 리필은 필수

명이장아찌는 접시에게 예의가 아니게 저게 뭐람

 

맥주로 보이나?? ㅎㅎ

첫 잔은 부드럽게 소맥으로 원샷~

두 번째 잔부터는 깨끗하게 소주로~~

1년 만에 마신 소주 반병에 정신이 훅 갈뻔 ㅎㅎ

 

언제부턴가 어떤 음식을 먹더라도

마무리 입가심으로 커피는 필수

어찌나 뜨겁던지 사진도 뿌옇네~~

 

헛헛한 마음 내보이면

그 이유도 묻지 않고 두말 없이 달려나와

못마시는 소주를 콜라에 섞어

소콜을 소맥과 부딪혀 주는 친구

그런 친구가 있다는 건

얼마나 가슴 따뜻하고 행복한 것인지.

지난 주에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결심을 했다.

마음의 준비나 확실한 계획 없이 한 결혼,

아무 조건 없이 무조건 최선을 다해 키운 딸,

자식이기에 그저 부모님께 도리를 다했고...

어쩌면, 내 선택이었다기 보다는

다들 그렇게 사니까 나또한 그렇게 살았던 거 같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나름 별 걱정과 힘듦없이

순탄하고 행복하게 살아온 거 같다.

그런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순전히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한

내 인생에서 가장 소신 있고 용기 있는 선택

그걸 바로 지난주에 확정지었다.

20대에 첫발을 내딛고

지금까지 단 한 번의 한눈도 안팔고

사명감과 보람으로

쭈욱 한길로만 걸어온 직장생활.

정년까지 보장되어 있는 확실한 직장이지만

몸과 마음이 건강할 때

새로운 배움도 시작해보고

귀의 이상으로 몇 년 동안 여행을 못했기에

편안하게 쉬면서 잘 다스려

세계 곳곳을 여행도 해보고

도서관 다니며 읽고 싶었던 책도 실컷 읽고자

정퇴를 과감히 박차고 명퇴 신청

주변 지인들은 직장이 아깝다며

몇 년 더 한 후에 명퇴하라 했지만

미련이 남을까봐 냉큼 신청부더 해놓곤

먹먹함에 마음을 잡질 못했는데

친구가 못 마시는 술을 마셔주며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데 눈물이 왈칵 솟았다.

그동안 고생 많았으니 하고 싶은 것

다해보며 즐겁게 살라며

박수를 보내주는 가족들의

따뜻한 마음도 가슴 뭉클하였지만

친구의 말 한마디도 못지 않게 뭉클했다.

채근하지 않고 그저 기다려 주는 친구

내 마음을 훤히 읽어주는 친구

그런 친구가 있어

앞으로 새롭게 걸어갈 내 발걸음이

더 활기차고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4개월 남짓 남은 아이들과의 생활

더더욱 최선을 다하여 보람으로 열매 맺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