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쉼3-아이러니하게도 잘 어울린다는 거

소솜* 2020. 8. 3. 20:45

 

쉼3

장맛비로 팔당댐 수문이 열리고

쏟아내는 진흙탕 물이 포효하며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모습을

그냥 장관이라고 바라보기에는

아픔, 슬픔, 힘듦이 섞여 있어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지만

나는 그 순간 그 뭐랄까

두 팔을 벌리고 순간 속으로 뛰어내리고픈

충동이 일며 아름답다는 느낌이 전율처럼 스쳤다.

그래서 강가에 사는 사람들이

강물 속으로 뛰어들고픈 충동을 많이 느낀다고 했나보다.

묘한 설렘의 기분까지 들게 하는

방류되는 거대한 물줄기를 바라보다 보니

커피 생각이 간절해 근처 카페에서

테이크아웃 해서 차 안에서

빗소리, 음악소리와 함께 마시는 커피 맛은

내가 살아오면서 맛본 커피맛 중에

내게는 으뜸 중에 으뜸이 아닐까 싶다.

따뜻하고 향 깊은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감정세포까지 탈탈 털어넣고 마시는

일종의 감정커피였다.

황톳빛 거대한 물줄기의 포효와

차에 떨어지는 잔잔한 빗소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잘 어울린다는 거.

어찌 아이러니한 것들이 한둘이겠는가

사람과 사람의 인연 또한

아이러니의 연속이 아닐까 싶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인연,

그 인연이 오래도록 이어져

탐스러운 꽃을 피워내고 열매를 맺고

그 자리에서 늘 마주보기를 하고...

나는 그래서 생각이 예뻐지고

마음이  고와지는 비오는 날이 참 좋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장맛비를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감정의 사치를 맘껏 누리는 게 미안했다.

돌아오는 길에 올림픽대로 위로

한강둔치에 있던 화장실, 자전거 등

온갖 물건들이 다 올려져 있는 모습과

각 방송사에서 취재를 위해

버스를 비롯해 천막에 수많은 마이크 설치까지

지금 장마로 인하여 위기 상황이구나 실감이 갔다.

부디, 모든 사람들이 비로 인한 피해 없이

장맛비가 빨리 그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