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어 십여년 가까이 병원에 누워 있는 친구를 만나고 이틀 동안 마음에 병이 나서 끙끙댔다. 누구보다 똑똑하고 여유롭고 긍정적인 친구가 기억을 잃고 눈맞춤 조차 못하는 모습을 보노라니 마음에 사정없이 상채기를 남기며 훑고 지나가며 안스러움에 어찌할 바를 몰라 두런두런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눈을 한 번만이라도 깜빡여주길 바랬는데 허공에 멈춤 눈동자만 보여줄뿐 끝내 기억소환을 못하는 나의 오랜 친구. 미국생활로 오랜기간 함께하지 못한 공백기가 우리들 시간의 공백기가 되었고 다시 만났을 땐 이미 기억을 서서히 잃어가는 중이었건만 상상도 못했기에 눈치조차 채지 못한 나의 무심함도 탓하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 오히려 병원에서 만나고 나오며 우리 둘 다 서로 마음 무거움을 느끼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