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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편한 적당한 거리~~

사람의 인연이 편하게 오래가려면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시간을 구속하지 않는 거리 불편한 부분을 먼저 묻지 않는 거리 사생활을 너무 알려고 하지 않는 거리 무관심해지기 전에 만남을 갖는 거리 가끔 궁금하고 자주 소소한 거리 성향과 성격을 인정하고 받아내는 거리 딱 그만큼의 거리가 있으면 만남의 인연이 오래가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거 같다. 우린 딱 그거리를 잘 지켰기에 20여 년을 한결 같이 기분 좋고 편하게 만날 수 있다. '강민주의 들밥' 김포점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카페드첼시'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반나절의 시간을 순삭시키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우리. 그래서 우리는 다음 만남을 기다리게 된다. 참 편한 적당한 거리~~

엄마를 만나듯 이모들을 만나다

절기는 그야말로 조상들의 슬기의 진면목이다. 입추가 지나니 한낮의 열기도 좀 사그라들고 열대야도 슬쩍 꼬리를 내리고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니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바람도 불고 견딜만 하넹. 견딜만한 여름날 이모들과 '장모밥상'에서 11시에 만났는데 이미 주차장도 좌석도 만석이라 웨이팅을 할 정도로 손님들로 꽉 차다니 입이 떡 벌어졌다. 그래도 우린 6인석 테이블 하나가 비어있어 기다림 없이 앉아서 먹는데 더없이 충실했다. 반찬은 셀프로 리필해 가며 꼼꼼하게 빈틈없이 위를 채우고 근처 나름 유명하다는 '스톤 클라우드'로 자리를 옮겼는데 역시 카페도 손님들로 만석~~ 너무 배불러서 빵은 냄새도 맡기 싫다면서도 다들 손은 빵고르기에 열중이라니ㅎㅎ 커피와 빵이 나왔으니 본격적인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야지. 이모셋,..

여름에는 열무김치가 딱이야~~

일산열무 두단, 얼갈이배추 한 단이 환상조합이라해서 환상의 조합으로 짜지 않게 두 시간 절여서 20분 정도 소쿠리에 물기를 빼니 절임도 딱~~ 김치는 절임이 절반의 성공인지라 일단 절반은 성공이고 부재료로 열무보다 비싼 쪽파 한 단에 양파 중간크기 두 개를 채 썰고 열무에 비빌 양념은 고춧가루를 미리 불려놓아아 텁텁하지도 않고 과다하게 고춧가루를 넣지 않아도 되기에 김치 담기 30분 전 쯤 양념을 만들어 놓았더니 색깔이 완전 이쁘넹. 양념으로는 사과 한개, 양파 한 개, 새우젓 두숟가락 믹서기에 갈아 설탕, 멸치액젓, 생강가루, 찹쌀풀, 식힌육수에 넣고 고춧가루 세 컵, 대파 세뿌리 다진 거를 섞어 잘 비빈다. 이건 우리집 이건 동생집 요건 울딸집 김치 받고 좋아할 올케와 딸아이 모습떠올리니 절로 입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태주 지금 사람들 너나없이 살기 힘들다, 지쳤다, 고달프다, 심지어 화가 난다고까지 말을 한다 그렇지만 이 대목에서도 우리가 마땅히 기댈 말과 부탁할 마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밥을 먹어야 하고 잠을 자야 하고 일을 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낌없이 사랑해야 하고 조금은 더 참아낼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소망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기다림의 까치발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날마다 아침이 오는 까닭이고 봄과 가을 사계절이 있는 까닭이고 어린것들이 우리와 함께 하는 이유이다

단발머리 여고시절의 풋풋함으로~~

우정 앤드루 코스텔로 우정은 편안함이다. 생각을 가늠하거나 말을 판단할 필요가 없는 그런 사람과 함께 있을 때의 안전함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편안함이다. 있는 그대로를 전부 드러내 보이며 농담하고 웃을 수 있는 사람, 충실하고 다정한 손을 내밀며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을 지켜주고 안도의 숨으로 나머지 것들을 날려보낸다. 너와 함께 있으면 더없이 편안하다. 우정은 편안함이고 편안함은 우정인가 보다. 서로의 모든 것을 알기에 감출 것도 꾸밀 것도 포장할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보여줄 수 있는 편안함이 좋다.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오랜만에 만났어도 어제 만난 듯 어색함 1도 없는 단발머리 친구. 시간의 흐름을 서로 다 지켜보며 함께한 세월, 그 세월이 길이 만큼 깊이도 깊어졌음을 다시 느끼며 맛있는 ..